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리뷰] '최종병기 활', 총 대신 활을 쏘는 '병자호란판 아저씨'

1637년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최종병기 활'은 의문을 갖게 한다.

'과연 활 액션이 볼 만할까?'라는 의문 겸 걱정이다. 한국영화에서 칼이나 총을 사용한 액션은 몰라도 '활'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는 처음이다. 활을 쓰는 액션은 특성상 근거리 전투가 될 수 없다. 몸과 몸이 서로 닿는 격투는 불가능하다. 대신 서로 적을 겨누며 활시위를 당길 때의 팽팽한 긴장감이 중요한데, 이를 제대로 살렸을지 의구심이 들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돈이 아깝지 않은 수준'이다.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주인공 남이(박해일)의 곡사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직선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구불거리며 목표를 향해 날아가는 화살을 보면서 관객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위협적인 느낌의 활시위 소리와, 누가 먼저 적의 급소를 꿰뚫을지를 가늠하는 짧은 시간의 긴장감이 스크린에 생생하게 살아났다. 비슷비슷한 추격 장면도 많지만, 매 순간 벌어지는 살 떨리는 활 승부 덕에 관객에게 대단한 몰입감을 준다. 이 몰입감은 영화 중반 주인공을 돕기(?) 위해 등장하는 호랑이의 CG가 다소 어색하다는 시각적 약점까지 커버한다. 영화의 90%가 이같은 액션이다.

사극 특유의 웅장한 분위기 때문에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묵직한 드라마를 바라는 관객도 있을 법하다. 그보다는 새로운 액션이 주는 쾌감을 기대하는 편이 낫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조선판 아저씨'라고 할 만하다. 주인공은 특수요원이 아니라 역적의 자손으로 출세가 불가능해 활 단련만 해 온 은둔형 신궁이다. 구출 대상은 옆집 소녀가 아닌 여동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누군가를 구해야 한다는 절박한 감정 속에 주인공이 벌이는 액션이 주된 볼거리라는 점은 같다. 단순한 스토리 때문에 인물에 대한 설명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한국영화에서 보기 어려웠던 청나라 군사들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도전이라고 할 수 있는 만주어 대사의 도입 등 새로운 요소에 공을 들였다.

참고로 '최종병기 활'이 공개되기 전, '제목에 활을 내세웠지만, 활은 딱 두 번 쏜다'는 풍문이 있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니 신경쓰지 않아도 좋다. 영화 속에는 남이의 곡사, 쥬신타(류승룡)의 육량시뿐 아니라 남이가 직접 깎아 만드는 애깃살과 청나라 군사들의 채찍, 도끼 등 온갖 무기들이 등장해 현란한 활약을 펼친다. 주인공 남이는 따발총 쏘듯 화살을 날려대니, 활이 별로 나오지 않는 것 아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