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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뼈골절' 황도연 '괜찮다. 뛰고싶다' 눈물의 귀향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말리전, 중앙수비수로 나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던 황도연(20·전남 드래곤즈)이 멈춰섰다. 전반 20분 문전에서 공중볼을 다투다 말리의 장신 공격수 클리벌리와 충돌했다. 코를 감싸쥐고 그라운드에 쓰러지는 순간, 코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주심은 유니폼에 피가 묻었다는 손짓과 함께 벤치에 들것을 요구했다. 치료용 솜에 선혈이 낭자했다. 응급 지혈을 하고 다시 뛰던 전반 42분, 의무팀이 줄 밖에서 황도연을 부르며 황급히 달려갔다. 의무팀이 벤치를 향해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사인을 보내자, 황도연은 머리 위로 연신 동그라미를 그렸다. "괜찮다, 계속 뛰겠다"는 의지의 표시였다. 하지만 괜찮지 않았다. 전반을 마치고 라커룸에서 황도연의 상태를 살핀 대표팀 주치의 송준섭 박사는 더 이상 뛰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다. 코뼈와 광대뼈 사이를 잇는 연골 부분이 부러졌다. 의학적 소견으론 '비골 근위부 골절'이다. 적어도 4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 황도연은 피가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도 "더 뛰겠다"고 울며불며 난리를 쳤다. 여름내 꿈꿨던 20세 이하 월드컵 도전은 거기까지였다. 1일 오전(한국시각) 훈련에 여념이 없는 동료들을 뒤로 한 채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나홀로 몸을 실었다. 스무살의 여름은 잔인했다.

말리전 중앙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황도연은 각오가 남달랐다. 이번 대회 김영욱(20) 이종호(19) 등 전남 유스 출신 3인방이 함께 출격하면서 '사건 한번 내보자'며 의기투합했다. 올림픽대표팀과 20세 이하 대표팀을 오가는 황도연은 지동원(20·선덜랜드), 김영욱의 광양제철고 동기이자 절친이다. 전남 드래곤즈에선 '패기'를 담당하는 분위기 메이커다. 늘 활달한 모습으로 선후배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왼쪽 사이드백과 센터백이 두루 가능한 황도연은 20세 이하 대표팀에선 중앙을 맡았다. 수비수이지만 못말리는 공격 본능을 겸비했다. 세트피스 상황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볼에 대한 집착 역시 강력하다.지난 6월 1일 올림픽대표팀의 오만전에선 후반 2분 헤딩 동점골로 3대1 대승의 물꼬를 텄다. 올림픽대표팀 발탁 이후 첫 골이었다. 이날 배천석(21·숭실대)이 멀티골을 넣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자 "제 골은 맨날 묻혀요. 하하"라며 아무렇지 않게 농담했던 그다. 정해성 전남 감독도 대놓고 인정할 만큼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이다.

코피를 쏟으면서도 동그라미를 그렸던 이유를 물었다. "미안해서요… 더 뛰고 싶어서요…"라더니 "너무 아쉬워요"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더 이상의 위로는 무의미했다. 목소리에서 진한 아쉬움이 배나왔다. 세균감염을 막기 위해 응급조치를 한 채로 비행기에 올랐다. 황도연은 2일 아침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정밀검진을 위해 서울 강남세브란스 병원으로 직행한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친구를 떠나보낸 동료들은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황도연은 "남은 선수들이 잘해줄 것"이라며 믿음을 표했다. "당연히 도연이 몫까지 뛰어야죠" 전남 '동기'이자 주전 미드필더 김영욱이 화답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