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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개콘' 쫄쫄이 군단...엿봤더니

최근 '개콘' 600회를 기념해 한 개그맨 인터뷰를 위해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의 녹화 현장을 찾았다.

한창 인터뷰가 진행 중인데 어딘가에서 검은색 쫄쫄이 복장을 한 무리가 나타나 무대에서 쓸 소품을 준비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10여명의 쫄쫄이 부대가 사람이 뚫고 지나간 흔적을 나타내기 위해 스티로폼 재질의 소품에 구멍을 내고 있었던 것. 이들은 '그땐 그랬지' 코너에서 말없이 연기하는 쫄쫄이 부대였다.

'그땐 그랬지'는 나이 든 노부부가 손녀에게 과거 젊었던 시절의 일상들을 들려주면서 추억의 한 장면이 재연되는 복고형 코너다. 재연 장면에서 '개콘' 특유의 퍼포먼스 개그가 선보여지고 그 중심엔 검은색 복장의 쫄쫄이 부대가 있다.

그러나 그들은 얼굴이 없다. 말 그대로 눈에 보이지 않는 배경이어야 하기 때문에 현장을 찾은 관객이나 시청자 모두 그들에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 코너에서 할아버지 역할을 하는 이상호는 "우리 코너는 개그 역사상 최고로 많은 소품과 최대 스케일, 최다 출연자를 자랑한다"며 "소품도 개그맨들이 일일이 다 만든다. 솔직히 효율성이 떨어지는 개그다. 하지만 최상의 퀄리티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쫄쫄이 군단에 신인급 무명 개그맨들만 포함돼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똑똑한 바보 캐릭터'로 인기를 모은 양상국이 검은색 쫄쫄이 복장을 하고 후배들과 직접 소품 준비를 한다. 팀원들 사이에서 그는 일명 '쫄쫄이 짱'으로 불린다.

'그땐 그랬지' 출연 개그맨들은 매일 오후 1시 30분에 모여 아이디어 회의와 소품 준비로 바쁜 시간을 보낸다. 모든 것이 끝나면 밤 12시나 새벽 1시. 주말도 없이 아이디어 내고 소품 준비하고 개그 연습에 매진해야 한다. '소품 준비하는 모습보니까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해도 되겠어요'라고 묻자 그들은 "일주일만 보면 아마 눈물 날 걸요"라고 답한다. '사람들을 웃기는 개그맨들의 눈물겨운 스토리', 참 아이러니하다.

'절대로 몸 다치는 개그는 하지 않는다'는 쫄쫄이 군단의 철칙이 그저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이들처럼 묵묵히 뒤를 지키는 무명 개그맨들이 있어 '개콘' 600회가 더욱 빛나는 게 아닐까.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