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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섭, 삼성 창단후 첫 도루왕에 도전

24일 대구구장의 삼성-넥센전이 열리기 1시간 전. 삼성 류중일 감독은 배영섭 얘기가 나오자 얼굴을 약간 찌푸리며 "두게임에서 못 쳤다"고 말했다. 은근히 매서움이 느껴지는 말투였다.

배영섭은 지난 19일 광주 KIA전에서 파울 타구에 왼쪽 무릎을 맞았다. 단순 타박상이지만 그 후유증으로 21일 한화전에선 선발라인업에서 제외됐다. 22일과 23일 한화전엔 출전했는데 합계 6타수 무안타였다.

류 감독의 짧은 한 마디 속엔 '배영섭도 아직 완전한 주전이 아니다. 찬스가 왔을 때 계속 잡아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3년차 신인인 배영섭은 타율 3할1푼4리로 타격 7위에 올라있다. 불과 석달 전만 해도 배영섭이 누구인지 아는 야구팬은 드물었다. 지금은 모두가 인정하는 톱타자로 자리매김한 상태.

류중일 감독에게도 배영섭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선수다. 초보 감독이 전훈캠프부터 기대했던 역할을 배영섭이 100% 이상 해주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류 감독은 마냥 칭찬하는 것 보다는 자극을 줄 수 있기를 원한다. 11년간 삼성에서 코치로 있으면서 저연차 선수가 자만하게 됐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누구보다 많이 봐왔기 때문일 것이다.

감독의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것일까. 배영섭은 이날 넥센전에서 2안타와 볼넷 1개를 얻어냈고, 도루 3개를 성공시켰다. 두세 경기 못 치다가도 이렇게 다시 치고 달려주니, 이를 지켜보는 류중일 감독의 속마음은 흐뭇할 것이다.

배영섭의 가장 큰 장점중 하나가 바로 스피드다. 평소 "언제든 도루해서 살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2-3루 도루도 거침없다. 현실적으로 배영섭이 도전할 수 있는 타이틀이 바로 도루 부문. 두산 오재원이 27개로 선두고, 배영섭은 LG 이대형과 함께 23개로 공동 2위에 올라있다.

부상 때문에 경기를 뛰지 못하고 있는 이대형이 곧 복귀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어쨌든 배영섭도 현재까지 경쟁자중 한명이다. 삼성은 창단후 도루왕 타이틀을 가져가본 적이 한차례도 없다. 배영섭에게 기대를 걸어볼만도 하다.

대구=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