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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지동원 아버지 '350만달러 상상 이상...전남에 감사'

지동원(20·전남)의 선덜랜드 이적이 공식 발표된 직후 지동원 아버지 지중식씨(52)는 "몇년은 더 늙어버린 것 같다"는 농담으로 입을 열었다. 기쁨의 순간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덤덤한 모습은 아들 지동원과 똑같았다.

지난 3주간 전남구단도 아버지도 지동원도 남모를 마음고생이 심했다. 아버지 지씨는 처음부터 아들의 선덜랜드행을 열망했다. "프리미어리그행의 기회가 늘 오는 것이 아니고, 한살이라도 어릴 때 도전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헐값 이적' 논란 속에 4년 넘게 키워준 전남을 시즌중에 떠나야 하는 사실이 면목 없다며 고개를 숙였었다.

그러나 이후 에인트호벤 샬케04 등 여러 구단의 러브콜이 쏟아지면서 분위기가 급진전됐다. '행복한 고민' 하지만 '어려운 고민'이 시작됐다. 아버지에 따르면 지동원의 마음은 한때 50대 50으로 기울었다. 자신을 키워준 존경하는 스승들이 권하는 우회로의 장점에도 귀를 활짝 열었다. 아버지의 마음은 선덜랜드를 향한 일편단심이었다. 지씨가 생각한 최악의 이적은 '헐값에 선덜랜드에 가는 것', 최고의 이적은 '가능한 많이 받고 선덜랜드에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최고의 이적'이었다.

아버지 역시 선덜랜드가 처음 이적료의 3배에 달하는 350만달러(약 38억원) 요구에 선뜻 응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지동원을 놓치지 않겠다'는 강력한 영입 의지의 표현이었다. 압도적인 조건에 더 이상의 고민은 무의미했다. 이청용(볼턴, 약 44억원) 기성용(셀틱, 약 38억원) 등 기존 유럽리거들에 필적하는 이적료 덕분에 구단에 대한 마음의 짐도 덜었다. 전남 유스(광양제철고) 시절부터 아들을 맡기고 가족처럼 끈끈한 관계를 지켜온 각별한 구단이다.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게 됐다. "최고의 조건을 이끌어내준 전남 구단에 감사한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이제 동원이가 가서 열심히 잘하는 일만 남았다"며 웃었다.

아버지는 "7일 가나전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했다. 이제 한솥밥을 먹게 될 선덜랜드의 주전 기안과 맞대결을 펼쳤던 그 경기에서 지동원은 선제헤딩골을 쏘아올렸다. 꼭 필요한 순간, 필요한 한방으로 자신의 길을 열었다는 칭찬에 아버지는 "그저 운대가 잘 맞은 것"이라며 겸손해 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도 항상 겸손을 가르친다. "운동할 때는 호랑이처럼 하되, 밖에서는 사람들에게 항상 예의바르게 행동하라"는 가르침이다. "6월 들어 올림픽팀 A대표팀 소속팀을 오가는 바쁜 일정 때문에 힘들 것같다"는 말에 아버지는 "젊을 때 4~5게임쯤 더 뛴다고 그래서 쓰겠나, 10게임쯤 뛰어도 된다"는 말로 아들의 무한 파이팅을 독려했다.

'사커 대디'는 아들 지동원을 계속 큰물로 밀어내고 있다. 철부지 소년을 제주 북단의 작은 섬 추자도에서 큰 섬 제주도로, 제주도에서 낯선 땅 광양으로 떠나보냈다. 그리고 이제 스무살, 어엿하게 장성한 아들을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세계 최고의 무대, 프리미어리그로 떠나보낸다. 아들의 축구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결단을 내린 건 언제나 아버지였다. 성실하고 무던한 아들은 그때마다 한단계 치고 올라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씨는 이번에도 아들 지동원을 향한 절대적인 믿음을 표했다. "선덜랜드에 가서 몸만 다치지 않고 열심히 하면 분명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것이 '최연소 프리미어리거' 지동원을 기쁘게 보내주는 전남구단과 팬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