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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프로 범람, 스타들도 피곤하다

이러다 사람 잡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범람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인해 '경쟁'에 내몰린 스타들에 대한 얘기다.

이들은 10분 남짓한 무대를 위해 방송에서 보여지지 않는 숱한 시간들을 무대 준비에 쏟아붓고 있다. 날이 갈수록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매번 색다른 무대와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는 압박과 부담에 시달리다 보니 육체적, 정신적 피로도 점점 쌓여간다.

그리고 그 피로는 안방에도 생생히 전달됐다.

MBC '나는 가수다'의 출연진은 방송 인터뷰에서 종종 컨디션 난조를 호소한다. 최근 하차한 이소라는 감기 몸살로 MC 자리를 지키지 못한 적이 있고, 박정현과 윤도현, 김범수도 거듭된 연습으로 인해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며 꺼끌꺼끌한 목소리로 인터뷰를 했다. 이들의 지친 모습에 BMK가 "그 앞에서 힘들다는 소리도 못하겠다"고 했을 정도. 임재범은 "심신과 영혼이 너무도 지쳤다"는 말을 남기고 영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음반 하나를 발표하기까지 몇 년이 걸리기도 하는 이들이 3주에 두 차례나 경연을 벌이며 편곡과 무대 연출에 얼마나 치열한 노력을 쏟아부었을지 짐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전공 분야에서도 이러하니, 낯선 영역에 뛰어든 스타들은 오죽할까.

SBS '김연아의 키스 앤 크라이' 출연진 10명은 방송 시작 두 달 전부터 개별적으로 피겨 연습을 시작했다. 하지만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만큼 이들은 부상의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 실제로 이아현은 지난 5일 방송에서 페어 연기를 펼치던 중 근육에 무리가 와 녹화가 잠시 중단되는 소동을 겪었다. 김병만 또한 공중돌기 후 착지하다 넘어지며 인대를 다쳤다. 12일 방송에선 김병만이 연습 도중 빙판에 드러누워 고통을 호소하고, 경연이 끝난 후엔 통증 때문에 무릎을 꿇고 심사평을 듣는 모습이 그려졌다. 김병만의 투혼에 김연아가 눈물을 글썽였을 정도였다.

이제 갓 출항한 KBS2 '불후의 명곡2'와 MBC '댄싱 위드 더 스타'도 이같은 과정을 겪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댄싱…'에 출연하는 김장훈은 방송 시작 전부터 과로로 실신해 입원하기도 했다.

"서바이벌 무대를 즐기고 있다"는 스타들의 말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화면에 언뜻 비춰지는 어쩔 수 없는 피곤함은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한다. 그리고 나아가 그 피로는 안방으로 전이되고 있다. "만드는 사람도, 출연하는 사람도, 지켜보는 사람도 다 지쳤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서바이벌의 냉혹한 생존 논리에 프로그램 안팎의 논란까지 겹치니 스타들의 피로도는 더할 수 밖에 없다. 몇몇 출연자들이 프로그램 하차를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가 방송가에서 심심찮게 들려오는 이유이다.

한 출연 관계자는 "등수를 매기다 보니 경쟁이 심해질 수 밖에 없다"며 "모든 스케줄 중에서도 서바이벌 무대가 최우선이다. 모든 스태프가 달라붙어 일주일 내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본업을 외면한 채 경연에만 매달릴 수도 없어 컨디션 조절과 스케줄 조정이 늘 골칫거리다. 이 관계자는 "솔직히 부담되고 힘든 부분이 없다면 거짓이다. 하지만 경연을 지켜볼 시청자들에게 매번 수준 높은 무대를 선보이려면 더욱 집중할 수 밖에 없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