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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타점 김현수, '감독님이 대신 책임지셨다'



14일 경기전, 두산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선수들은 전날 김경문 감독의 사퇴소식에 "믿기지 않는다. 당황스럽다"며 굳은 표정들이었다. 묵묵히 훈련만 할 뿐, 별 말들이 없었다.

김현수도 마찬가지였다. 팀 중심타자로의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믿어주고 키워준 김 감독이었다. 그 미안함에 대한, 사죄의 방망이었을까.

1회말, 주자 2,3루에서 타석에 섰다. 2,3루 상황에서는 올시즌 홈런을 친 기억이 없었던 김현수였다. 넥센선발 나이트의 초구, 140㎞ 높은 직구에 방망이를 돌렸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타구는 우중간 담장을 넘어갔다.

의미가 큰 한방이었다. 감독의 사퇴 뒤의 첫 경기. 초반에 잘 풀지 못하면, 자칫 힘들어질 수 있는 분위기였다. 김광수 감독대행의 데뷔무대인 만큼, 선취점이 중요했다. 그 몫을 김현수가 해준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3회에는 1사 2루서 우중간 2루타를 날렸다. 4-0, 김 대행의 부담감을 한층 더 줄여준 점수였다.

경기 뒤 김현수는 홈런 상황에 대해 "올해 2,3루에서 홈런 날린 적이 없어서 외야플라이를 친다는 기분으로 방망이를 돌렸다"고 했다. 또 "경기전 감독대행께서 타석에서 기다리지 말고 편하게 치라고 하셨는데 그 효과를 본 것 같다. 정확히 치다보면 홈런은 따라온다"고 했다. 승리를 이끌었지만, 그런만큼 미안함은 컸다. 김현수는 "선수들이 뭉쳐있는 만큼 앞으로 좋은 경기를 하겠다. 선수들을 대신해서 (김경문)감독님이 책임을 지신만큼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잠실=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