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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서 만난 김경문 감독, 징후가 보였다

마치 한여름 처럼 무더운 6월초 광주였다.

지난 7~9일 KIA와의 주중 3연전을 위해 무등야구장에서 만난 두산 김경문 감독은 지나칠 만큼 담담했다. 선수들의 줄부상과 연패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김 감독은 지쳐보였지만 침묵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취재진에 애써 환한 표정을 지으며 질문에도 성심껏 답변했다.

하지만 평소 모습과는 달랐다. 지나칠 정도로 차분한 모습이었다. 힘든 마음도 얼핏 내비쳤다. 김 감독은 "두산 팬 분들이 야구장에 참 많이 오시더라. 성적이 안 나는데도 이렇게 많이 찾아주시는데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지 못해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경기전에 애국가가 울릴 때면 오늘은 좋은 경기를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최근 성적 부진에 대해서는 변명하지 않았다. 전적으로 '내 탓'으로 일관했다. 김 감독은 "이겨야한다고 생각하니 선수들이 부담을 갖는것 같다. 얼마나 힘들겠느냐"며 무거운 표정의 선수들을 걱정했다. 불가항력의 줄부상에 대해서도 "미리 미리 준비를 잘 못시킨 감독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감독 이후의 삶에 대한 암시도 던졌다. 김 감독은 지난 8일 LG-한화 전 보크 오심 사건에 대한 이야기 도중 KBS 이용철 해설위원을 언급하다 "나중에 내가 만약 해설을 하게되면 그런 순간적인 대처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해설하시는 분들 참 대단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미 감독 사퇴 이후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이 많았을 시점이었다.

9일 광주 3연전 마지막 경기인 KIA전을 앞두고 덕아웃 취재를 마친 뒤 '힘내시라'는 말에 김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안타까운 마음이 섞인 그 짧은 순간이 두산 사령탑으로서 김경문 감독과의 작별의 악수가 되고 말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