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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원 이적]선덜랜드행 풀스토리

'스무살' 지동원(전남)이 마침내 최연소 프리미어리거가 된다.

지동원과 구단은 9일 이적료 130만~150만 달러(14억~16억원), 연봉 100만 달러(11억원)선에서 선덜랜드행에 전격합의할 예정이다.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역대 8번째 프리미어리그 진출이다. 지난 5월 28일 스무살 생일이 지난 지동원은 이청용의 최연소(20세) 프리미어리거 기록도 갈아치웠다. 지난 1일 처음 이적설이 나돈 이후 채 2주도 안돼 이적 협상이 초고속으로 마무리됐다.

지동원 측의 의지가 무엇보다 크게 작용했다. 선덜랜드행이 처음 알려진 날, 지동원 아버지 지중식씨는 말을 아꼈지만 "보내고 싶다"는 의지만큼은 확고해 보였다. "독일, 프랑스도 아니고 프리미어리그인데, 구단이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구단은 펄쩍 뛰었다. "금시초문이다. 2013년까지 계약이 돼 있다"는 말과 함께 시즌 중간에 팀 에이스를 내보낼 뜻이 결코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후 일정 금액 이상의 이적료가 충족되면 구단의 동의없이 해외진출이 가능한 '바이아웃' 조항이 화두가 됐다. 전남측은 줄곧 바이아웃조항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바이아웃 조항의 실체가 드러났다. 알려진 바이아웃은 75만 달러(8억원)의 '헐값'이었다. 유럽 스카우트 사이에 지동원은 8억~10억원만 있으면 데려올 수 있는 선수로 알려졌다. 2009년 위건 사령탑 시절 조원희를 직접 영입했던 스티브 브루스 선덜랜드 감독은 성실한 한국 선수들에게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 카타르아시안컵에서 4골-2도움을 기록한,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의 주공격수 영입에 선덜랜드가 적극적으로 나섰다.때마침 '선덜랜드가 애스턴빌라로 이적한 대런 벤트, 대니 월백, 부상중인 프레이저 캠벨을 대체할 공격수 3명을 영입할 계획' '주공격수 아사모아 기안의 경쟁자를 찾고 있다'는 외신이 타전됐다. 선덜랜드는 지동원에게 바이아웃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인 150만 달러(16억원)을 제시했다. 2009년 21세에 프리미어리그 볼턴에 진출한 이청용의 200만 파운드(44억원), 스코틀랜드리그 셀틱에 진출한 기성용의 200만 유로(35억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이적료였지만 '바이아웃' 조항이 끝내 발목을 잡았다.

3일 이후 A매치 가나전을 준비하는 지동원을 위해 구단도 에이전트도 가급적 말을 아꼈다. 협상은 물밑에서 오갔다. 지동원도 신중했다.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찾아왔다. 아직 구단, 에이전트와 얘기해보지 않았다"는 대답을 건넸다. 이적설이 파다한 가운데 가나와의 평가전에 임하는 지동원의 각오는 특별했다. 해외 진출의 교두보가 될, 기회의 무대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동원이 선덜랜드 주공격수 기안 앞에서 '헤딩 선제골'을 터뜨리며 승리를 이끈 다음날인 8일, 구단과의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됐다. 지동원 아버지 지중식씨는 "가야죠"라는 짧고 굵은 한마디로 선덜랜드행을 향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주전 경쟁, 군대 문제, 올림픽 대표팀 차출 등 산적한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내린 최종 결정이라고 했다. "한살이라도 어릴 때 도전해 봐야죠"라는 한마디 속에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마지막 결정의 순간, 마음에 걸린 건 구단에 대한 '인간적인 예의'였다. 전남 유스 출신으로 광양제철고 시절부터 동고동락해온 구단과 대립각을 세우고 싶지 않았다. 구단 역시 전남 유스 시스템이 빚어낸 최고의 스타를 일그러진 모양새로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죽어도 못 보낸다'던 구단은 지동원의 이적에 전격 동의했다.

스무살의 지동원은 돈보다 '기회'를 택했다. 언제 또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천금같은 기회를 '지금' 잡는 편을 택했다. 전남 역시 돈 대신 '명분'을 택했다. '전남의 얼굴' 지동원을 억지로 주저앉히기보다는 선수의 미래, 축구의 장래를 위해 보내주는 편을 택했다. 26일 강원과의 홈 경기가 '전남드래곤즈 10번' 지동원의 고별전이 될 전망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