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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정인욱. 그가 에이스로 성장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삼성 정인욱이 시즌초반부터 화제다. 충분히 1군에서 뛸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팀사정상 엔트리를 들락날락 하는 것으로 뉴스가 되더니 롯데 이대호에게 한 경기 홈런 3개를 얻어맞으며 비운의 주인공이 돼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이제는 롯데 킬러로 성장하며 팬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귀여운 외모와 출중한 실력, 게다가 이런 화제까지 몰고다니니 이미 인기는 에이스급이다.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는 '미래의 에이스' 정인욱의 강점은 뭘까.

▶어려운 상황에서도 컨디션 관리 철저

정인욱의 처음 2군에 내려간 것은 지난 4월20일이다. 좌완 선발 장원삼이 1군에 들어온 대신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것. 당시 류 감독은 "어설프게 불펜으로 뛰는 것보다는 철저한 선발 수업을 받게 하는 것이 좋다"며 그 이유를 밝혔었다. 그리고 정인욱은 등판일에 1군에 복귀했다 곧바로 2군에 내려가는 '기행'을 시작했다. 5월5일 1군에 돌아와 선발등판한 뒤 그 다음날 바로 다시 2군에 갔고 5월25일 엔트리 복귀와 동시에 등판하고 또 26일 제외됐다. 8일 롯데전 역시 똑같다. 2군에 있다 며칠전 1군 선수단에 합류한 정인욱은 이날 1군에 등록돼 시즌 2승째를 따냈다.

1군 선수단과 함께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서류상으로만 1, 2군을 왔다갔다 하는 것이지만 사실 정인욱 입장에서는 굉장히 힘들다. 2군 경기에 선발등판하며 컨디션 조절을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2군 경기 선발등판은 대부분 낮경기라는 것. 밤경기에 리듬을 맞춰놨다가 2군에 가서 낮경기를 하고 다시 돌아와 밤경기를 준비하는 것은 프로 선수들에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선발 마운드에 구멍이라도 생기면 1군에 고정되겠지만 현재 삼성 마운드는 '8개 구단 중 최고의 밸런스'를 자랑하는 만큼 이조차 쉽지 않다. 올해 겨우 21세의 어린 선수가 이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고 매경기 호투할 정도로 컨디션을 조절을 잘 하고 있으니 류 감독 입장에서는 흐뭇할 수 밖에 없다.

▶둥글둥글한 성격, 마운드에서 강점으로.

5월27일 대구 SK전이 끝난 후 정인욱은 이날 선발로 등판했던 차우찬에게 "에이스! 근데 난 100개로 6이닝 버텼는데 형은 7이닝동안 121개나 던졌다"며 농담을 걸었다. 정인욱이 100개로 6이닝을 버틴 경기는 바로 이틀 전 있었던 부산 롯데전이었고 이날 이대호에게 홈런을 세방이나 허용한 만큼 정인욱에게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을 경기였다. 하지만 굴욕이라고 할 수 있는 그 경기를 오히려 농담의 소재로 삼을 만큼 정인욱의 성격은 털털했다.

분명 홈런 3개를 맞았을 당시 정인욱은 약간 충격을 받은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아주 잠깐이었다. "내가 던질 수 있는 구종은 다 던졌는데 맞았다"며 허탈해한 정인욱은 곧 "그래도 홈런 말고는 단 한 점도 안 줬다"는 것을 강조하며 빨리 자신감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똑같은 롯데전이었던 8일 7이닝 2실점 승리투수라는 기록으로 돌아왔다. 투수는 '마인드 컨트롤'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심리적으로 타자에게 지고 시작하면 아무리 좋은 공을 가지고 있어도 승부를 걸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정인욱은 어린 나이답지 않은 담대함을 지니고 있다. 삼성이 그의 성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노경열 기자 jkdroh@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