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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한테 이긴 다큐 '트루맛쇼', 개봉 파장 클듯

다큐멘터리 '트루맛쇼'(감독 김재환)가 거대 공중파 방송사인 MBC의 법정소송을 이겨내고 정상적으로 개봉한다. 이에 방송사들과 맛집 프로그램에 대한 파장이 불가피하게 됐다.

'트루맛쇼'는 방송사의 맛집 소개 프로그램의 어두운 비하인드 스토리와 돈이 오가는 현장을 고발하는 내용으로 지난 4월 열린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 돼 큰 화제를 모았다. 영화제 관객들은 방송사의 놀랄만한 제작 행태와 '방송에 소개된 맛집은 맛이 없다'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 것에 경악하며 작품에 큰 박수와 함께 JIFF관객상을 안겼다.

이런 내용 때문에 MBC는 지난달 25일 '맛집 소개 대가로 돈이 오갔다는 영화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서울남부지법에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거대 방송사가 독립 다큐멘터리를 상대로 법정소송을 벌이는 이례적인 일이라 영화계와 방송계에 관심을 모으는 큰 사건으로 확대됐다. 특히 MBC는 그동안 'PD수첩'등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정부, 종교단체, 기업 등으로부터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의 소송에 휘말리는 게 일반적인 경우였는데, 거꾸로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하는 형국이 돼 그 결과에 많은 주목이 쏠리게 됐다.

MBC의 강경 대응에 김재환 감독은 "좋은 의도로 해석하자면, 작은 독립영화가 홍보하기 힘들다고 걱정한 MBC가 영화를 널리 알려주기 위해 멋진 이벤트를 만들어준 것 같다. 만약 이 영화로 수상소감을 말할 영광이 다시 주어진다면 꼭 MBC 김재철 사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서울남부지방법원은 1일 MBC의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기각하고 '트루맛쇼'의 손을 들어줘, MBC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갔다. 영화는 정상적으로 2일 개봉했고, 김 감독의 말처럼 오히려 '트루맛쇼'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는 계기만 만들어 준 꼴이 됐다. MBC는 망신 아닌 망신을 당하게 된 셈.

판결에 대해 김재환 감독은 "MBC 김재철 사장이 왜 망신을 자초하면서 나를 도우러 나섰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정답은 이거 밖에 없다. 전관예우"라며 "김재철, 그가 법정에서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사람들은 나에게로 와서 관객이 되었다"라고 김춘수 시인의 '꽃' 패러디 시로 승소의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김재철 사장이 계좌번호를 문자로 찍어주시면 홍보비를 입금하겠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 사건을 계기로 더욱 많은 관심을 받게 된 김재환 감독은 MBC 교양 PD 출신으로 3년 간 '트루맛쇼'를 기획, 연출했다. 방송 현장을 누비던 전직 MBC PD가 고발한 맛집 프로그램의 어두운 그림자가 극장을 통해 공개되면, 프로그램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고 맛집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의 신뢰가 심각하게 무너진다면, 프로그램 존폐 자체가 논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실제 방송에 소개된 맛집이라고 홍보를 하던 식당들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