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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장 김연아 '난 순서 상관없어'

'강심장' 김연아가 모스크바세계선수권 쇼트프로그램 피날레 무대를 장식하게 됐다. 전체 30번째, 마지막 연기자다. 김연아는 평소 조에서 첫번째나 두번째 순서를 선호해왔다. 마지막 연기자로 나서는 것은 꺼려했다. 조 추첨이 끝나고 가진 인터뷰에서 "마지막이 아니어서 좋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할 정도다. 하지만 '피겨 여왕'의 명성에 걸맞게 김연아의 성적은 조 추첨 순서와 무관했다. 성적과 통계가 말해주고 있다. 지난 5년간 국제빙상연맹(ISU) 피겨 그랑프리 쇼트프로그램 순서와 성적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김연아는 연기 순서에 따른 심리적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연아는 2007~2010년 사이의 12차례 그랑프리 대회와 4차례 세계선수권, 밴쿠버 올림픽 등 17개 대회에서 9번이나 마지막 순서로 연기했다. 보통 선수라면 극도의 긴장감과 엄청난 부담감에 평소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상황. 하지만 김연아는 마지막으로 나선 9번 가운데 무려 7번이나 쇼트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다. 무려 78%의 승률이다. 여기에는 톱 랭커 6명만 나서는 그랑프리 파이널도 포함돼 있다. 김연아는 4차례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3번이나 마지막 선수로 나섰다. 두 차례나 1위에 오르며 '강심장'임을 증명했다.

라이벌 아사다와의 맞대결에도 강했다. "마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김연아의 말처럼 질긴 인연이 이어졌다. 2006년 성인무대에 등장한 뒤 4년 동안 아사다 바로 다음 순서에 연기한 것이 4차례, 아사다를 향한 기립박수가 쏟아지는 가운데 등장해 아사다보다 더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며 4전승했다. 극한의 경쟁 상황에서 더욱 강인해지는 정신력을 보여줬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 때도 아사다 바로 뒤에 나서 세계최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일하게 아사다에게 쇼트프로그램에서 패했던 2007년 3월 그랑프리파이널 때도 프리스케이팅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김연아가 강심장인데 반해 아사다는 새가슴이다. 마지막 순서를 뽑아 가슴을 졸이는 건 김연아가 아니라 그 앞번호를 뽑은 아사다일지 모른다.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