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대구FC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투혼의 딸깍축구' 대구FC가 한가위 연휴 전주성에서 상위 스플릿, 파이널A 진출을 확정지었다.
대구는 3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32라운드 전북 현대 원정에서 '고자기' 고재현의 멀티골에 힘입어 3대1 승리를 거뒀다.
전반 휘슬 후 불과 15초 만에 고재현의 '딸깍' 선제골이 작렬했다. 왼쪽 측면에서 홍철이 올린 롱크로스를 에드가가 떨구기가 무섭게 문전의 고재현이 전광석화같은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골이었다. K리그 사상 최단시간 득점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기세가 오른 대구는 계속 몰아붙였다. 전반 5분 바셀루스의 쐐기골까지 터지며 '원정의 무덤'인 전주성에서 예상 외로 빠른 시간에 승기를 잡았다. 스플릿리그까지 단 2경기를 남겨두고 안방에서 승점 3점이 반드시 필요했던 전북의 반격도 거셌다. 전반 24분 전북 보아텡이 리그 데뷔골을 신고하며 추격의 불씨를 당겼다.
이후 전북의 숱한 공격을 온몸으로 막아낸 대구는 후반 12분 홍철의 날선 프리킥이 골대를 맞고 튕겨나온 직후 고재현이 쇄도하며 필사적인 헤더로 다시 한번 골망을 흔들었다. 7-8호골 멀티골 직후 승리를 확신한 고재현은 대구 팬들의 원정석을 향해 질주했다. 추석 연휴임에도 전주성 원정을 자청한 1500여 명의 대구 팬들과 '고자기'표 세리머니를 함께 하며 뜨겁게 환호했다. 이후 대구는 전북의 막판 공세를 끝까지 막아내며 3대1 승리를 확정지었다. 2019년 9월 25일 이후 무려 1466일 만에 전주성 승리의 감격을 누렸다.
이날 값진 승점 3점으로 대구는 6경기 무패와 함께 8일 수원FC와의 마지막 33라운드 홈경기를 앞두고 사실상 상위 스플릿행을 확정지었다. 32경기를 치른 4위 대구의 승점은 48점으로 승점 47점인 5위 서울, 6위 인천에 1점 앞서 있고, 승점 46점인 7위 전북에는 2점 앞서 있다. 8일 33라운드에서 5위 서울(승점 47)과 7위 전북(승점 46)이 맞붙게 된 최후의 대진이 대구에는 행운이다. 양팀이 비기든, 둘 중 한팀이 지든 어떤 경우에도 둘 중 한 팀은 대구의 승점 48점을 넘을 수 없다. 비길 경우 전북은 47점으로 대구를 넘을 수 없고, 전북이 이길 경우 서울이 47점으로 대구를 넘을 수 없다. 전북이 질 경우엔 46점, 서울은 50점이 되지만 그 어느 경우에도 두 팀 중 한 팀은 대구 48점을 넘을 수 없다는 결론. 2경기를 덜 치른 8위 대전(승점 41)이 2연승을 하더라도 47점으로 대구를 넘을 수 없다.
이로써 대구는 수원FC와의 최종전 결과와 무관하게 2년 만에 '윗물'의 감격을 누리게 됐다. 대구 축구는 단단한 수비, 짜릿한 역습 한방의 확실한 색깔을 가진 '딸깍 축구'라는 닉네임으로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리그 막판 '대구의 왕' 세징야가 갈비뼈 골절 부상으로 이탈하고, 신흥 미드필더 벨톨라가 퇴장징계로 나서지 못하고, 이날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린 바셀루스마저 전반 부상으로 교체된 최악의 상황, 악재에도 흔들림 없이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냈다. 17일 수원 삼성 원정에서 벨톨라 퇴장 이후 10대11의 수적 열세 속에 후반 97분 극장골을 밀어넣고 1대0으로 승리한 후 사기충천했다. 이후 24일 강호 포항, 이날 전북전에서도 위기를 이겨내며 1승1무, 6경기 무패를 달렸다. 잇단 악재를 투혼으로 이겨내며 스스로 윗물을 향한 길을 열었다.
항저우아시안게임 황선홍호 최종 엔트리에서 아깝게 탈락한 '대구의 아들' 고재현의 활약이 눈부셨다. 윗물, 아랫물이 갈리는 절체절명의 시기, 멀티골로 화려하게 부활하며 대구를 구했다. 지난 시즌 강등 전쟁을 치르며 두번 다시 팬들이 이런 일을 겪게 하지 않겠다던 눈물의 다짐을 골로 지켜냈다. '대구라는 자부심'을 지켜냈다.
8일 수원FC와의 홈경기는 파이널A행을 자축하는 축제의 그라운드가 될 전망이다. 이날 2018년 유료관중 집계 시작 이후 올 시즌 K리그 190경기에서 최초로 200만명(200만4689명)을 돌파한 가운데 최종 홈경기 '대팍' 매진이 유력하다. 최원권 대구 감독은 "홈 만원 관중 앞에서 '거룩한 부담'을 가지고 경기를 준비하겠다"는 각오로 최종전 승리를 다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