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선배 정우영(알 칼리즈)과 이름이 같아 '작은 정우영' 혹은 줄여서 '작우영'으로 불리는 정우영은 이날 중국 항저우 진화스타디움에서 열린 쿠웨이트와 조별리그 E조 1차전서 놀라운 존재감을 과시했다. 전반 3분 공격수 조영욱(김천)와 패스를 주고받은 뒤 박스 안에서 침착한 오른발 슛으로 포문을 열었다. 전반 19분 조영욱의 추가골과 44분 백승호의 프리킥골로 한국이 3-0으로 앞서던 전반 45분, 고영준(포항)의 날카로운 침투패스를 건네받아 다시 한번 오른발로 골문을 열었다. 기세를 탄 정우영은 후반 3분 조영욱의 문전 앞 슛이 골키퍼에 맞고 흘러나온 공을 골문 안으로 밀어넣으며 경기시작 채 50분도 지나지 않아 해트트릭(3골)을 완성했다.
원샷원킬 본능을 뽐낸 정우영은 5년 전 황의조를 '강제소환'했다. 황의조는 자카르타-팔렘방대회 조별리그 첫 경기인 바레인전에서 전반 17분, 36분, 43분 골을 넣으며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당시 김학범호와 현재 황선홍호의 상황은 비슷했다. 당시 팀내 최고의 스타인 손흥민(토트넘)이 컨디션 조절을 위해 벤치에 대기했고, 이번 대회에선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소속팀 일정을 소화하느라 합류하지 않은 상태에서 첫 경기를 치렀다. 가장 중요한 선수가 빠지면 으레 걱정이 생기고 우려가 되는 게 사실이지만 '미친 선수'가 나온 덕에 가볍게 승리했다. 바레인전 스코어는 6대0, 쿠웨이트전 스코어는 9대0이었다. 한국은 후반 엄원상 조영욱, 교체투입한 박재용(전북) 안재준(부천)의 릴레이골로 9골차 대승을 따냈다. 이강인과 함께 2019년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 신화를 쓴 '절친' 조영욱은 멀티골로 팀 대승에 힘을 보탰다.
21일과 24일 같은 경기장에서 열리는 태국, 바레인과 2~3차전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치르게 된 점도 소득이다. 한국-쿠웨이트전이 열리기 전 같은 경기장에서 열린 태국-바레인전은 1대1 무승부로 끝났다. 황선홍호는 한 경기만에 조 선두로 치고 올라섰다. 태국에 승리하면 16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한다. 두 팀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가 기권해 21개팀이 참가하는 아시안게임은 6개조 상위 2팀과 성적이 좋은 조 3위 4팀이 16강에 오른다. E조 1위는 F조 2위, E조 2위는 F조 1위와 격돌한다. F조엔 북한, 대만, 인도네시아, 키르기스스탄이 속했다. 북한은 같은 날 대만을 2대0으로 꺾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