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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 1위로 출발하지만 휘발성도 강해…이야기로 승부봐야"

입력 2023-10-03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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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 1위로 출발하지만 휘발성도 강해…이야기로 승부봐야"
[촬영 진연수]


강윤성 감독 'K콘텐츠 세계 정복' 주제로 시드니 SXSW서 대담
윤성은 평론가 "문화 힘 유지하려면 독립영화·영화제 지원 계속돼야"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한국 콘텐츠가 새로 나왔다 하면 전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는 시대가 됐다.

드라마는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청 시간 순위에서 최상위권으로 직행하고, 영화는 칸국제영화제 등 굵직한 영화제에 매년 빠지지 않고 초청받는다.

불과 몇 년 사이 한국 콘텐츠가 가장 세계적인 콘텐츠 중 하나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영화 '범죄도시' 등을 연출한 강윤성 감독이 오는 14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에서 개막하는 콘텐츠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 참석해 이에 대한 분석을 내놓는다.

강 감독은 윤성은 영화평론가와 함께 '한국 콘텐츠 산업은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는가'를 주제로 대담한다. 이들은 미국영화협회(MPA)가 후원하는 이 행사에서 한국 콘텐츠의 강점과 세계화 배경 등에 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두 사람을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만나 대담할 내용을 미리 들었다.

다음은 강윤성 감독, 윤성은 평론가와의 일문일답.

-- 글로벌 행사에서 체감한 한국 콘텐츠의 파급력은 어느 정도인가.

▲ (강 감독) 얼마 전 러시아 비보르크에서 열린 영화제에 다녀왔다. 인구가 몇만 명도 채 되지 않는 작은 지방 도시인데,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한국 드라마 제작사 대표를 만나자 사진을 찍자고 하는 사람이 쇄도했다. 아이돌 팬 미팅을 보는 듯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만이 한국 작품 몇 개를 알고 있던 과거와 대조적으로, 이젠 많은 사람이 수많은 작품을 꿰고 있다.

▲ (윤 평론가) 언어적인 부분에서 파급력을 느낀다. 이탈리아 작은 도시 우디네 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이 단어 몇 개를 사용한 수준이긴 하지만, 한국어로 말을 걸었다. 한국 시리즈를 보며 들은 인사말이나 언니, 오빠 같은 단어까지 사용하더라. 문화를 알아가며 언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것 같다. (문화·언어) 장벽이 허물어지는 데 한국 콘텐츠가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우리 콘텐츠가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인가.

▲ (강 감독) 일단 창작의 자유가 보장된다. 중국은 검열이 너무 심하고 일본은 검증된 작품만 하려고 한다. 한국은 시나리오를 바로 영화화할 수 있다. 그만큼 문화적인 구조가 창작자들이 영상물을 만들기 유리하다. 두 번째로, 우리나라는 동서양의 문화를 받아들이기에 적합한 환경을 가졌다. 우리 문화 자체는 동양이 바탕이지만 심리·경제적으로 미국과 워낙 가깝다. 이런 환경의 나라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 (윤 평론가) 역사, 문화, 기질, 경쟁 사회라는 특수성 그리고 디지털 강국이라는 점 등 여러 요소가 총체적으로 지금의 한국 콘텐츠를 있게 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독재정권을 겪었고 사회 분위기도 경직돼 있다. 창작가로서 이야기하고 싶은 욕구가 분출되지 못하고 쌓여 있던 거다. 이런 욕구가 디지털 시대를 만나게 되며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고 본다.

-- 우리 콘텐츠가 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뭐라고 보나.

▲ (강 감독) 내셔널리티가 강한 소재를 내세우고도 세계에서 각광받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한다. '오징어 게임' 같은 경우 우리 국민이 이해할 만한 게임이지만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계층 간 충돌에 대해서도 보여준다. '무빙'도 예로 들어보겠다. 남북한 대립이나 부모 자식 관계 등은 한국의 정서다. 하지만 초능력이라는 전 세계 사람이 이해하는 소재를 가져왔다. 이런 게 먹히는 시대다.

▲ (윤 평론가) 서구 문화를 노리고 접근한 콘텐츠 프로젝트는 다 실패했다. 반면 우리 관객에게 인기 있을 만한 것은 모두 성공했다. 그게 재밌는 부분이다. 아울러 코로나19 전후로 문화적 다양성이 화두로 떠올랐다. 그 덕에 언어·인종의 장벽이 깨지면서 동양적이고 한국적인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 OTT의 역할도 중요했을 것 같다. 이에 명과 암도 있을 듯한데.

▲ (강 감독) OTT는 한국 콘텐츠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창작자 입장에서 OTT는 표현의 자유도 넓게 보장된다. 그러나 주요 채널이 넷플릭스 하나밖에 없다면 아이디어나 소재, 내용이 걸러지게 된다. 넷플릭스가 좋아하는 성향대로만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기는 어려워진다. 과거 홍콩 영화가 그랬다. 누아르로만 승부를 봤고 이야기의 다양성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한국 콘텐츠 역시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채널이 극소수라면 (채널에 의해) 이야기가 걸러질 수 있다.

▲ (윤 평론가)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폭발적으로 힘을 얻은 건 넷플릭스 때문이었다. 예전엔 5년, 10년 전 한국 드라마가 해외에서 나오곤 했다. 하지만 초창기 넷플릭스와는 달리 지금은 한국 기업에서 일하던 분들이 입사한 상태다. 이분들은 과거의 조직 문화와 성향을 토대로 콘텐츠를 고른다. 이 때문에 OTT의 장점이 살아나지 못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양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 OTT의 강한 휘발성이 한국 콘텐츠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강 감독) 최근 한국 콘텐츠가 만들기만 하면 1위다. 하지만 여러 작품이 곧바로 상위권에서 사라질 만큼 휘발성도 강하다. 이 말은 시청자들이 어느 순간부터 한국 콘텐츠에 관심을 안 가지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속력을 얻으려면 한국 콘텐츠는 이야기가 좋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 (윤 평론가) '몰아보기'를 할 수 있다는 건 장점일 수 있다. 하지만 영화가 개봉 3일 만에 극장에서 내려가는 것처럼 OTT에도 그런 위험성이 있다. 넷플릭스는 한꺼번에 모든 회차를 공개하지 않는가. 또한 넷플릭스는 한국이 잘하는 장르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특정 종류의 콘텐츠만 찍는다는 선입견이다. 따라서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만들 기회는 없어진다.

-- 우리 독립영화계와 교육시스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스토리텔링의 근간이 되는 중심축 역할을 하는 것들인데.

▲ (강 감독) 어떤 산업이든 근간이 중요하다. 한국 콘텐츠의 지위를 유지하려면 독립영화계와 시나리오 작가군도 튼튼히 유지돼야 한다. 좀 더 많은 지원책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교육 체계는 비교적 잘 돼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연출자가 되기를 원하면서 유튜브 같은 곳에 성급하게 진출하는 경우도 많다. (창작자 스스로) 스토리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얕아지고,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작가층도 얕아졌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어두운 부분이다.

▲ (윤 평론가) 좋은 한국 콘텐츠가 만들어진 것은 결국 독립영화 지원의 힘 덕분이다. 영화진흥위원회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독립영화·영화제 지원 사업이 쭉 이어져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래야 신인 감독을 발굴할 수 있다. 감독들이 자본에서 독립돼 자유롭게 창작해야만 좋은 상업영화도 만들 수 있고 제2, 제3의 글로벌 감독이 나올 수 있다.

-- 문화는 왜 중요한가. 또 한국 콘텐츠의 힘을 더 키우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 (강 감독) 국가 차원에서 소프트파워를 지원해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어가야 한다. 일례로 OTT 콘텐츠 창작자의 IP(지식재산권)를 지키는 것은 정책으로 해줄 수 있는 문제다. 어느 순간 한국 창작자들이 콘텐츠 납품업자처럼 되어버리면 글로벌 기업에 쉽게 당한다. 창작자가 IP를 지킬 수 있게끔 제도적으로 받침이 되어줘야 한다.
▲ (윤 평론가) 문화는 사람들의 가치관과도 연결이 되고, 모든 것을 바꿔놓을 수 있는 힘을 가졌다. 세계의 거리감이 줄어든 상황에서, 국력이 문화적인 힘에서 비롯되는 경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한국 콘텐츠가 계속 잘되려면 규제는 풀고 지원은 해줘야 한다. 간섭은 하지 않고 돈만 대는 게 창작가들에게는 최고 아니겠나. 방송국에서 거절당한 시나리오를 넷플릭스가 마음껏 만들게 해준 덕에 세상에 나온 작품이 많다. 자율성을 보장한 지원이 중요하다.

rambo@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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