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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지난해 낙승·1년 후엔 대패…중국전서 드러난 남자농구의 현실

입력 2023-10-0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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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낙승·1년 후엔 대패…중국전서 드러난 남자농구의 현실
(항저우=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8강전,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 1쿼터 시작에 앞서 대한민국 추일승 감독이 선수들의 모습을 살피고 있다. 2023.10.3 hihong@yna.co.kr


중국에 대패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탈락…지향한다던 '현대 농구'는 어디에



(항저우=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항저우 아시안게임 8강 중국전 패배는 한국 남자 농구가 처한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8강전에서 개최국 중국에 70-84로 패했다.

1쿼터부터 13-20으로 끌려가더니 이후 기울어진 전황을 한 번도 되돌리지 못한 완패였다.

중국의 수비를 공략하지 못한 대표팀의 전반 필드골 성공률은 33%까지 떨어졌다.

시종 이렇다 할 공격 경로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점이 더욱 뼈아프다.

2018년 특별 귀화 선수로 대표팀에 합류한 후 한국의 골 밑을 굳건하게 지킨 라건아(KCC)는 왕저린, 장저린 등 중국 빅맨들을 상대로 1대1 공격을 연신 실패하며 떨어진 기량을 보였다.

이우석(현대모비스), 변준형(상무) 등 프로농구 차세대 가드로 꼽히는 선수들은 국내 무대와 달리 체격이 더 큰 수비수들이 압박하자, 공을 몰고 넘어오다가 실책을 저지르는 아쉬운 모습도 보였다.

지공·속공·골 밑·외곽 등 각종 공격 방식이 죄다 삐걱대는 상황에서 이미 전반에만 30-50으로 20점이 벌어졌다.


운동량·높이에서 밀린다는 판단에 추 감독은 후반 김종규(DB), 이승현(KCC), 하윤기(kt)까지 빅맨 3명을 나란히 코트에 내보내면서 지역 수비를 쓰는 승부수를 뒀지만 통하지 않았다.

중국 팀은 최정예는 아니다. 아시아 최고 빅맨인 저우치가 부상으로 하차한 상태다.

추일승호는 사실 지난해 7월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서 중국을 꺾은 적이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대회 첫 경기에서 대표팀은 중국을 93-81로 넉넉하게 이겼다.

이날 경기와 달리 당시에 운동량·활동량·높이에서 앞선 건 한국이었고, 답답한 경기력을 보인 쪽이 중국이었다.

당시 대표팀은 2m 전후의 포워드들을 적극 활용해 중국을 공수에서 압도했다.

최준용(KCC·2m), 송교창(상무·2m), 강상재(DB·2m), 라건아(KCC·199㎝) 등 선수들이 내외곽을 넘나들며 활약했다.

특히 최준용의 경기 운영 능력과 강상재, 김종규, 라건아의 슈팅력을 믿고, 빅맨을 아예 양쪽 코너 3점 라인 밖으로 빼버리는 '5 OUT'(전원 외곽으로) 전술을 들고나온 게 주효했다.

지난해 아시아컵 직전에 부임한 추 감독은 우리나라도 세계적 흐름과 맞는 농구를 보여줄 때가 됐다며 의욕을 보였다.

'포워드 농구'를 선호하는 추 감독은 이현중(일라와라), 여준석(곤자가대), 최준용, 송교창 등 높이와 기동력, 내외곽에서 공격·수비력을 모두 갖춘 선수들을 통해 자신의 농구를 구현하려 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추 감독이 원한 '빅 포워드'가 전멸했다.

활용할 포워드 자원이 소속팀 집중·부상 등 각종 사유로 모두 사라진 것이다.

한국 농구 사상 기동력·높이를 모두 갖춘 2m 포워드들이 가장 많이 배출된 시기에 일어난 일이다.


포워드가 사라져 가드·빅맨으로 이원화된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지향했던 '선진 농구'를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FIBA 월드컵에서 뛴 선수들을 전부 배제하고 2진 선수들로 팀을 꾸린 일본이 끊임없이 공간을 찾아 움직이며 무려 41개의 3점을 쏘는 현대 농구의 참모습을 보여줬다.

중국도 빅맨의 골 밑 공격을 고집하지 않고, 거의 모든 공격을 톱 지역에서 2대2 공격을 통해 진행하는 등 지난해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중국전 승리와 이날 대패는 한국 농구가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

추 감독만의 방식으로 '현대 농구'를 지향한 지난해 아시아컵에서는 중국에 낙승을 거뒀지만, 주요 자원의 이탈로 이를 구현하지 못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일찌감치 발길을 돌렸다.

아울러 지난해까지는 라건아가 위력을 유지했지만, 체력·활동량이 떨어지면서 한국 농구의 전반적인 경기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노출된 점도 고민해볼 대목이다.

1989년생 라건아 이후에도 특별 귀화와 같은 방식으로 한국 농구에 힘을 실어줄 선수들의 후보조차 언급되지 않고 있다.

그간 아시아 맹주를 자처했던 한국은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이후 처음으로 이날 대회 8강에서 짐을 싸며 체면을 구겼다.

1954 마닐라 아시안게임부터 농구 종목에 출전한 한국이 4강행에 실패한 경우는 2006 도하 대회뿐이었다.


pual07@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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