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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쇼타마니아'의 시대, 이런 0점대 ERA는 없었다...2021년 디그롬과 1968년 깁슨에 도전

노재형 기자

입력 2024-05-20 00:06

수정 2024-05-20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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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쇼타마니아'의 시대, 이런 0점대 ERA는 없었다...2021년…
시카고 컵스 이마나가 쇼타가 지난 19일(한국시각)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메이저리그 팬들은 지난 2021년 평균자책점(ERA) 역사에 새 '장(章)'이 열릴 것으로 기대했다.



뉴욕 메츠 에이스 제이콥 디그롬이 시즌 초부터 등판할 때마다 무자책점 혹은 1자책점 경기를 펼치면서 0점대 ERA 행진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디그롬은 그해 7월 8일(이하 한국시각)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서 7이닝 4안타 2자책점의 호투를 펼친 뒤 팔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15경기에서 4승3패를 올리는 동안 ERA가 1.08이었다. 11개의 볼넷을 내준 반면 삼진은 146개를 솎아냈다. WHIP 0.554, 피안타율 0.129, 9이닝 탈삼진 14.3개, 볼넷 대비 삼진율 13.27. 모든 수치가 생애 3번째 사이영상을 가리키고 있었다.

주목해야 할 기록은 역시 ERA였다. ERA가 공식 등장한 1913년 이후 시즌 첫 15경기서 마크한 수치로는 역대 가장 좋은 기록이다. 그 해 디그롬은 12번째 경기까지 ERA가 0.50이었다. 14번째 등판 때도 0.95로 0점대를 유지했고, 15번째 등판서 0점대가 무너졌음에도 역사에 남는 ERA를 마크했다.

디그롬이 전성기의 마지막 레이스를 벌이던 시절이다. 당시 최고 102.0마일, 평균 99.2마일의 강력한 직구를 뿌렸다. 선발투수의 직구 계열 평균 구속이 99마일을 넘은 건 2008년 스탯캐스트 도입 이후 디그롬이 유일하다. '괴물 루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폴 스킨스가 최근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2경기에서 최고 101.9마일, 평균 99.7마일을 찍었는데, 그래도 2021년 33세의 디그롬 구속은 독보적이다.

디그롬은 이후 팔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했고, 2022년에는 어깨 부상으로 전반기를 또 재활로 보낸 뒤 8월이 돼서야 복귀했다.

이후의 스토리는 널리 알려진대로다. 그해 말 5년 1억8500만달러에 FA 계약을 맺고 텍사스 레인저스로 옮긴 디그롬은 작년 6경기를 던지고 팔꿈치 부상을 입어 6월 토미존 서저리를 받은 뒤 지금까지 재활 중이다.

그런데 올시즌 전반기 일본 출신 루키 투수가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호령하며 디그롬의 2021년 ERA를 깨뜨릴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시카고 컵스 좌완 이마나가 쇼타다.

그는 지난해 포스팅을 통해 4년 5300만달러의 조건으로 컵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입성했다. 스프링트레이닝서는 역대 투수 최고 몸값을 받고 LA 다저스에 입단한 야마모토 요시노부에 미디어와 팬들의 이목이 쏠렸지만, 시즌이 개막 후에는 이마나가가 분위기를 뒤엎었다.

이마나가는 지난 19일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홈경기에 시즌 9번째 선발등판해 7이닝을 4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팀이 9회말 1대0의 끝내기 승리를 거둬 이마나가에게 승리가 주어지지 않았지만, ERA를 0.96에서 0.84로 낮췄다. 양 리그를 합쳐 유일한 0점대 ERA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데뷔 첫 9경기에서 이마나가보다 ERA가 좋았던 투수는 없었다. 종전 기록은 1981년 다저스의 멕시코 출신 페르난도 발렌수엘라의 0.91이었다. '페르난도마니아(Fernando-mania)'란 용어가 탄생한 그해 발렌수엘라는 내셔널리그 사이영상과 신인왕을 석권했다. 그러나 기록으로 보면 올해 이마나가의 기세가 더 뜨겁다.

이에 대해 MLB.com은 '시카고 북부 지역(컵스)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을 쇼타마니아(Shota-mania)라 칭하면 너무 이른 시점일까?'라고 했다. '쇼타마니아'를 기정사실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데뷔 첫 9경기 기준으로 발렌수엘라의 기록을 넘어선 이마나가는 이제 데뷔 시즌 뿐만 아니라 전 시즌을 통틀어 최고 기록인 디그롬에 도전 중이다. 이마나가는 9경기 중 6경기가 무자책점이었다. 2021년 디그롬은 첫 9경기 가운데 5경기가 무자책점이었다.

데릭 셸턴 피츠버그 감독은 이날 경기 후 "그 투수는 우리 타격코치에 '악몽(nightmares)'을 가져다 줬다. 패스트볼이 94~95마일인데, 효과적이다. 공을 자유자재로 던진다. 스플리터는 스트라이크부터 볼까지 진짜 좋다. 볼배합과 경기운영 모두 훌륭하다"고 극찬했다.

이마나가도 기록 도전을 의식하고 있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내 ERA 기록과 역사적인 가치에 큰 관심이 없다. 하지만 앞서 수많은 훌륭한 투수들이 있었다는 걸 감안하면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마나가가 언제까지 0점대 ERA를 유지할 지, 나아가 디그롬의 역사적인 기록, 더 나아가 현대야구 베스트 ERA 기록인 1968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밥 깁슨의 1.12도 깰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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